
이번에 소개해 드릴 소설은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유령열차‘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입니다.
줄거리
1. 절망 속에서 피어난 기적의 소문
어느 봄날, 급행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한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과 연인들은 슬픔과 절망에 빠지지만, 사고가 난 기차역에 가면 죽은 이가 탔던 과거의 열차를 다시 탈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그 열차에 나타나는 유령을 통해 기차를 타러 간다.
다만 이 기차에 탈 수 있는 대신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째, 피해자에게 곧 사망한다는 소식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사망했던 역을 통과하기 전에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넷째,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사망자를 살리려는 시도를 한다면 원래의 현실로 돌아간다.
2. 각자의 사연
학창 시절부터 같은 반으로 시작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이어오던 하구치와 네모토는 하구치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년 만에 고향에서 재회하게 되었고, 다시 예전의 감정과 마음들이 솟아나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기차의 탈선 사고로 인해 네모토가 사망하게 되면서 하구치는 괴로워하지만 기적의 소문인 유령 열차를 통해 다시 네모토와 만나게 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뱃속의 네모토의 아이를 품으면서.
***
사카모토는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기업에 입사하지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사하게 된다. 자존심과 집에 염려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의 아버지는 종종 사카모토에게 연락을 해 야구를 같이 보러 가자 거나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서 사이의 개선을 바라지만 사카모토는 답하지 않고 무시한다.
사카모토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더러운 작업복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열차 탈선으로 사망했고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사카모토였지만, 아버지의 직장 동료와 고향 사람들로부터 아버지는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도 떠오르고 그리워하게 되면서 유령 열차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러 가게 된다.
아버지와 재회를 통해 자신이 왜 미워하게 됐는지, 그리고 자식의 도리를 잘 하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했지만 아버지는 그저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사실 아버지가 기차에 타게 된 것은, 부모님은 사카모토가 진작에 기업에서 퇴사한 것을 알고 있었고 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그 기차에 오르게 된 것을 알게 되면서 사카모토는 무너진다.
이후 사카모토는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가 일했던 회사에 들어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인생을 선택한다.
“이별의 아픔은 다시 만나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끝이 아니라, 그가 내 삶에 남긴 온기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가혹한 한계는 죽음의 시기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한한 삶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삶의 종착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생각하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채 살아간다.
나 또한 가족을 잃었고, 지인들 중에도 가족을 잃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경우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세상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눈을 바라보면서 인사를 했다면 마음속 응어리가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유령 열차가 주는 보상도 다시 사랑했던 이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헤어진 그 마음속 응어리를 덜어주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값진 보상인지 말해준다.
“모든 만남은 스쳐 지나가는 환영에 불과할지라도, 진심을 다한 사랑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으로 남는다.”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처음 만나기 시작하는 인연의 단계에서는 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 열정의 불꽃은 서서히 옅어지게 되고 사랑은 익숙함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변해간다.
인연의 끝이 오게 되면, 과거의 환영이 현재의 나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마음은 영원히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으로 남아 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인물들도 열차 탈선으로 인한 사망으로 절망과 괴로움에 빠지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다음 인생의 발판으로 삼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교훈이 아닐까.